따뜻한, 난 : 순간의 기록

고마움을 말할 용기

Text. 최선주

지난 5월은 ‘가정의 달’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선물할 일도, 축하할 일도 많으셨죠? 그간 쑥스럽다는 이유로,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마음속에만 고이 간직했던 고마움을 이때다 싶어 표현해야겠다는 듯이 말이죠.

저 역시 부모님이 좋아하는 간식과 빠지면 섭섭한 카네이션을 들고 부모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꽤 오래간만에 본가를 찾은 딸이 그저 반가운지 부모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더라고요. “우리 딸내미 얼굴 까먹는 줄 알았어~” “받아.” 무뚝뚝한 딸내미가 건네는 선물을 받아들고는 “고마워~! 예쁘네!” 하시던 부모님.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사실, 간식과 꽃을 살 때의 제 마음은 “고맙다”라는 말을 듣기에는 과분했거든요.

‘그래 이거라도 사야지.’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해야지.’ 마치 미뤄놓은 숙제를 해치우듯 후다닥 사서 기차에 오르던 모습이 생각나 괜히 머쓱해졌습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맙다”라고 말하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어요. “뭐가 고마워?” “네가 온 것도, 이렇게 예쁜 꽃을 선물해 준 것도 다 고맙지.” “별게 다 고맙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생각이 많아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의 무게를 꽤나 무겁게 생각하고 살았던 건 아닌지 고맙다는 말의 의미를 아예 잊어버리고 살았던 건 아닌지…. 부모님 덕분에 저도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 “나도 고마워. 다음엔 더 예쁜 거, 맛있는 거 사줄게.” “오래 살아야겠네.”

“고맙습니다.” 막상 해보고 나니 어려운 말은 아니었어요. 이 다섯 글자가 뭐가 그리 어려워 꾹꾹 눌러두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잘하고 있나요? 돈, 꽃, 맛있는 음식, 이모티콘…. 고마움을 표현할 게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어느새 우린 물질적인 것들로 고마움을 대신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고맙다는 말을 해본 지가 언제였는지. ‘말 안 해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의 마음을, 생각을 잘 모르더라고요.

사소한 일에도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순간은 쑥스러울지 몰라도 내가 상대방에게 건넨 고맙다는 말은 메아리가 되어 다시 나에게 ‘기쁨’으로 돌아오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말해보세요. “고맙습니다.” “고마워.” “고마워요.”

하루, 한 달, 일 년, 언제라도 고마움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당신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