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 듣는 서점

동탄지사 고객지원부 고영실 주임

Text · Voice 고영실 주임 Photo. 배가람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알베르 카뮈의 서문으로도 유명한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 <섬>. 올해의 절반이 지나는 시점이자 남은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 숨을 고르는 이때. <섬>과 함께 올여름을 시작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 듣는 서점은 한난 직원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코너입니다.
아래 오디오 재생버튼을 클릭하시면 고영실 주임이 읽어주는 <섬>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인생을 결정짓는 순간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선택의 순간

나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의 순간에서 ‘선택’의 순간으로 옮겨 가게 된다. 나는 유희에 말려들고 덧없는 것 속에서 거기엔 있지도 않은 절대를 찾는다. 이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란 없음을 나도 잘 알지만 이 세상에 일단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이 세상 속에 일단 얼굴을 내밀기로 작정만 하면, 우리는 더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목숨이 붙어 있는데 왜 안 살아? 왜 제일 좋은 걸 안 골라? 하고 귀에다 속살거리는 그 악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곧 뜀박질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러나 ‘이제 막’ 욕망이 만족되려고 하는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공(空)의 매혹이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외발로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로 뛰어가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한데 섞인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보상을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BOOK COMMENT

우리는 때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다 허무의 늪에 빠집니다. 하지만 실존의 무게는 버겁기에, 곧 익숙한 모습의 매일을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 앞에 놓인 무한한 시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반복될 나날을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매일, 그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는 것. 사소하고 즐거운 일로 그 하루를 채우는 것. 그렇게 충만한 현재를 살아냄으로써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이 책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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