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마트에너지도시 소개 사막에 솟은 세계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도시
마스다르시티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태양열·풍력과 같은 친환경에너지로 전력을 공급받는 도시. 모든 건물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에코빌딩이고, 쓰레기 배출은 제로다. 상상만 하던 SF영화 속 미래도시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도시이자 탄소중립도시, 스마트에너지시티를 지향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시티’의 현재다.

글·사진 양철승(과학칼럼니스트)


포스트 석유 시대를 대비하는 마스다르시티 오늘날 도시는 국가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공룡이 됐다. 탄소 배출량의 약 75%를 뿜어내는 탄소공장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이슈에 맞서 도시를 구성하는 주거·건축·교통 분야의 전 방위적 혁신을 모색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똑똑한 에너지 소비를 구현하는 ‘스마트에너지시티’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Abu Dhabi) 도심에서 17㎞ 떨어진 사막에 들어선 신도시 마스다르시티는 이 같은 스마트에너지시티의 롤 모델로 꼽힌다. 지난 2008년,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한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아부다비의 야심찬 포부로부터 시작, 삭막한 모래사막이었던 이곳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최첨단 친환경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석유매장량 세계 6위의 오일 강국인 아부다비가 석유의 최대 경쟁자인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꽤 의아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아부다비는 신도시 건설에 총 220억 달러(약 24 조 2,800억 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화석연료가 고갈된 포스트 오일 시대에 맞서 에너지 강국의 지위를 사수하려는 선제적 움직임으로, 이만한 확실한 무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3無’ 청정도시 총면적 약 6㎢의 마스다르시티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탄소 배출, 폐기물 배출, 내연기관 차량이 없는’ 3無를 지향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는 도시로 설계했다.
먼저 도시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전력’은 시 외곽에 건설된 태양열 발전소가 맡는다. 기온이 50℃에 이르는 현지의 뜨거운 햇볕으로 물을 끓여 고온 증기를 생산하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연간 1만 7,500MWh의 전기를 발생시킨다. 고온 증기를 이용한 온수 공급도 가능하다. 이 발전소를 통해서만 3,500대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없앤 것과 같은 연간 1만 5,000톤의 탄소배출 감소 효과가 발휘된다. 또 마스다르시티의 빌딩들은 옥상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소비전력 일부를 직접 충당한다. 가로등 같은 도로 시설물도 태양전지로 작동한다.

아부다비는 도시의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른바 ‘에코빌딩’이라 불리는 모든 건물은 다양한 친환경 기술과 소재가 접목된 디자인으로 설계해, 건설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을 최소 40% 이상 아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을 좁게 배치해, 빌딩 사이를 빠르게 흐르는 바람의 효과를 이용해 냉방에너지 사용을 크게 낮췄다. 쾌적한 바람은 물론 빌딩의 그림자로 보도에 그늘이 드리워지도록 만든 것. 특히 도심 중심부에 우뚝 솟은 ‘윈드 타워’는 자연친화적 통풍기술의 백미다. 높이 45m의 이 타워는 상부에서 흡입한 뜨거운 공기를 물로 냉각시켜 지면에 뿜어내는 형태로 인위적 대류현상을 유발, 거리 곳곳에 산들바람을 일으킨다.



도로를 달리는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이러한 전력생산 인프라는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이라는 난제를 성공으로 이끈 근간이 됐다. 실제로 마스다르시티 내에서 내연기관 차량은 단 한 대도 볼 수 없다. 휘발유나 경유 차량의 운행은 엄격히 금지되고, 도로에는 전기자동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곧 수소자동차의 공식 데뷔도 앞두고 있다. 대중교통도 다르지 않다. 마스다르시티의 대중교통수단은 크게 PRT(Personal Rapid Transit), 오토넘(Autonom) 셔틀, 저상버스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순수 전기차다.
이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6인승 PRT와 12인승 오토넘 셔틀이다. 궁극의 스마트카로 불리는 자율주행차라는 점 때문이다. 덕분에 승객은 목적지를 설정한 뒤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해도 된다. PRT와 오토넘은 최고 시속이 각각 약 40㎞, 약 25㎞로 느린 편이고, 아직은 지정된 정류장에서만 승하차를 할 수 있지만, 지난 2010년과 2018년 첫 도입 이래 누적이용객이 25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필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각축장 마스다르시티는 ‘폐기물 제로’ 등 다각적 재활용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빌딩 건설 시 저탄소 시멘트와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함으로써 건축 폐기물의 90%가 재활용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 중 음식물은 퇴비로, 나머지는 발전 연료로 전량 활용된다.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 기타 폐기물은 각 주거 건물마다 설치된 쓰레기 활송장치(Waste Chutes)를 통해 일괄 처리된다. 이외에도 마스다르시티에는 해수를 담수화해 농경지와 양식장,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신개념 해수에너지·농업시스템(SEAS)을 비롯해 스마트팜, 탄소제로빌라 등 다수의 차세대 친환경 시스템들이 이미 가동 중 이거나 건설 예정이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전문대학(원)인 모하메드 빈 자예드 인공지능대학(MBZUAI)도 첫 수업을 개시했다. 스마트 에너지 기술의 쇼룸이라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에코토피아를 위해 남겨진 숙제 현재 마스다르시티는 1단계 공사를 완료하고, 2단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종 완공 시기를 오는 2030년 전후로 내다본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마스터플랜에서 천명한 모습과는 일정 부분 거리감이 느껴진다.
예컨대 탄소배출제로 목표는 약 50%를 달성해 절반의 성공에 머물러 있다. 기술적 한계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기대만큼 높이지 못한 탓이다. 또 거주인구 5만 명과 유동인구 4만 명 등 총 9만 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2020년말 마스다르시티의 거주민은 1,300여 명뿐이다. 유동인구를 포함해도 4,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아부다비는 마스다르시티가 진정한 에코토피아로 우뚝 설 것을 확신한다. 지멘스, 록히드마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 등 유수 기업과 국제기구들의 잇따른 입주 결정을 긍정적 시그널로 보고 있다.
입주사의 증가는 곧 인구수 증가로 이어지고, 활발한 기업간·산학간 협력으로 확장돼 기술혁신 가속화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라는 매머드급 악재가 터진 지난해조차 2019년을 웃도는 100여 개사 의 입주가 확정되며 총 입주기업이 800개사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목표치 1,500개사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처럼 친환경에너지의 옷으로 갈아입기 위한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시점에서 성패 여부는 누구도 단언키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마스다르시티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야 할 인류를 위한 혁신 아이디어 창출의 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대학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아부다비는 마스다르시티 내에 개교한 ‘모하메드 빈 자예드 인공 지능 대학(MBZUAI)’을 통해 마스다르시티를 AI 연구개발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MBZUAI는 2019년 10월 개교한 세계 최초의 AI 전문대학(원)으로, 올해 1월 31개국 출신의 이공계 인재 101명을 첫 입학생으로 맞았다. 출신 국가 비중은 UAE를 포함한 중 동지역이 34%며, 아시아 38%, 아프리카 10%, 나머지는 미주·유럽 출신이다.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기계학습 등 3개 AI 분야를 중심으로 석· 박사급 글로벌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교육시설, 전교생 전액 장학금 지급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