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 테마 에세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면

Text. 김상현 작가

2019년 5월에 카페를 오픈했는데, 운영한지 7개월 만에 코로나19가 들이닥쳤습니다. 매일, 매 순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월 마감을 하고 매출을 볼 때면,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몇 번씩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버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수였거든요.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우리 삶 자체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켰습니다. 문득 그저 ‘버티기’만 한다는 것은 갑자기 바뀌어버린 세상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겠다는 선택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송길영 작가의 책 <그냥 하지 말라>의 한 문장이 제게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내가 준비했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고,
내가 알던 믿음과 상식은 언제든 무너질 것이며,
세상과 사회는 속도가 다를 뿐 계속해서 변해갈 것입니다.”

문장을 마주한 후 들었던 생각은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며 나만의 생각과 고민을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제가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 테니까요. 변화를 통제할 수 없다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거나, 변화를 원망하는 일밖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페 직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회의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습니다. 바로 ‘핑계를 찾는 것’입니다. 만약 일주일간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면, 일주일 내내 비가 왔을 수도 있고, 미세 먼지가 심했던 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핑계’일 뿐입니다. 전국의 모든 카페가 망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어느 카페든 찾아 갈 테니까요. 그렇다면 회의의 답은 나왔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이유’를 만드는 것뿐이었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크고 쾌적하며, 인테리어가 예쁜 120평의 공간은 우리가 갖고 있는 명확한 장점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직원들이 친절하고, 친절한 직원들은 매장을 항상 위생적이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상의 원두로 최고의 커피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점 역시도 명확했습니다. 맛없는 빵이었죠. 공간과 친절에 집중하다보니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꿔야 할 것은 빵의 맛이었습니다. 이후 서울, 경기도에 있는 수많은 카페와 빵집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별 상권, 사람들이 줄 서는 곳의 특징, 매장별 빵 맛의 특징부터 해서 잘되는 곳은 왜 잘 되는지, 사람들이 없는 곳은 왜 안되는지와 같이 수많은 매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인터뷰하고 맛보며 우리만의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이후 기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1.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인가?
2.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인가?
3.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인가?

수백 번의 실패와 수정, 보완을 통해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겠다 싶은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19라는 변수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남동 카페 공명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매출 기준 ‘마포구 상위 1% 카페, 연남동 1등 카페’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변화에 올라타고, 우리가 세운 기준을 만족시킬수록 이 기록은 계속해서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로지 ‘제품(베이커리)’ 덕분에 잘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앨런 가넷의 ‘성공 방정식’에 따르면 성공은 적합한 모든 상태를 곱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적합한A * 적합한B * 적합한C * 적합한D * 적합한E = 성공

위 방정식에 따르면 아무리 많은 성공 요인이 제대로 갖춰지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단 한 가지 요인이라도 잘못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감이 됐습니다. 카페를 성공으로 연결시키려면 ‘커피도 맛있어야 하고, 빵도 맛있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하고, 직원도 친절해야 하며, 인테리어까지 좋아야’ 성공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잘해내고 싶은 모든 일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게 적합한 상태로 유지되었을 때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일은 잘되다가도 안되기도 하고, 안되다가도 잘되기도 합니다. 인생도 이와 비슷합니다. 좋은 흐름을 탔을 땐 좋은 일들만 다가오는데, 안 좋은 흐름을 탄다고 느끼면 불행한 일들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무너지고 좌절한다면,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를 이뤄낼 확률은 희박해집니다. 상황은 계속해서 변합니다. 어쩌면 기복은 롤러코스터보다 심하게 찾아올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중심을 잡으려면 ‘추구하는 가치나 꿈, 목표’가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해야 할, 해내야 할 일’이 명확해야 합니다.

저의 꿈 중 하나는 ‘보고 듣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우리 손을 거쳐 가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제가 할 일은 명확합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많은 사람이 읽게 만든다’, ‘커피와 빵에 진심을 담아내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오게끔 만든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듯 어설프고, 무지합니다.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순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꽁꽁 숨겨두기만 한다면, 결과 역시 똑같을 것입니다. 마음을 먹었다면 부딪히면 됩니다. 부딪히고 느꼈던 걸 보완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로 계속해서 채운다면, 자신이 꿈꿨던 모습과 다르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현 작가

작가 및 강연가로 활동 중이며, 필름출판사와 연남동 카페 공명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