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필름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추천합니다


물과 달도 소중한 자원, 재생에너지
-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2013
SF 영화 중에는 지구에 있는 자원을 노리고 쳐들어오는 외계인을 그린 작품이 많다. 그 자원 중에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그러나 알고 보면 엄청나게 유용한 자원도 있다. 영화 <오블리비언>은 그 사실을 깨우쳐 준다.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 톰 크루즈 서기 2077년 인류 문명을 멸망시킨 외계인과의 싸움을 그리는 SF영화 <오블리비언>. 명배우 톰 크루즈와 모건 프리먼이 호연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대체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특히 SF영화를 즐겨본 이들은 <오블리비언>의 스토리 전개나 설정, 장면들이 기존의 다른 SF영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혹평을 한다. 그러나 관람한 네티즌들의 평점은 네이버 기준 10점 만점에 8.25점으로 나쁘지 않다. 파괴된 지구가 아름다워 보일 정도로 영상미 역시 훌륭하다.
<오블리비언> 속에서도 지구에 쳐들어 온 외계인들이 달을 파괴하고, 지구의 물을 착취해 간다.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 잭 하퍼(톰 크루즈)는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으로, 보안을 위해 과거 자신의 기억을 강제 삭제 당했다. 그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 중인데, 바로 바닷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를 보호하고, 전투 드론들을 정비하는 일이다.

엄청난 에너지 ‘물’의 별, 지구 이 영화는 재생에너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주목할 만하다. 바로 지구에 엄청나게 흔한 에너지인 수력에너지와 달의 인력(引力)에너지를 조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구(地球)라는 이름은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을 가리키기에 적절치 못한지도 모른다. 지표면의 70%는 물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물은 의외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물은 사용할 때 환경을 전혀 오염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다. 인류는 이 청정에너지를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
물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는 수력과 수소가 있다. 수력에너지는 물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에너지, 즉 물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높은 곳에 모아두었던 물이 낮은곳으로 흐르면서 생기는 에너지나, 파도를 통해 움직이는 물이 지닌 에너지(파력 에너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에너지는 인류에게 비교적 익숙하다. 하다못해 요즘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수차를 이용한 물레방아도 엄연히 수력에너지를 활용한 장비다.

궁극의 청정에너지, 수소

최근에는 물속에 녹아 있는 수소에너지의 이용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물 분자를 분해하여 얻은 수소 원자는 궁극의 청정에너지가 될 수 있다. 수소를 연소시키면 에너지가 생성되고, 연소된 수소는 다시 물이 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어떤 공해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소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청정 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수소 연소 시 생성되는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키는 배터리를 수소연료 전지라고 부른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수소연료전지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수소에너지의 활용 방식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연료인 수소, 그리고 연소에 필요한 산소만 공급해 주면 이론상 무한히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화석연료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최대 60% 높다.

우주의 재생에너지, 달 영화에서 외계인의 공격으로 부서진 달도 알고 보면 엄청난 재생에너지의 근원이다. 달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1/4, 질량은 지구의 1/81로, 다른 행성의 위성에 비해 꽤 크고 무겁다. 즉 지구에 가하는 인력이 그만큼 크다. 달은 이러한 인력으로 매일같이 지구상의 모든 바닷물을 당겼다 놓으면서 밀물과 썰물을 일으킨다. 밀물 때 들어온 물을 방조제 안에 가두어 두었다가 썰물이 되면 방류하고, 이 때 생성되는 운동에너지로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화호에도 세계 최대(시설용량 254MW)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화석연료만이 유일한 에너지인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자연은 그동안 우리에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대가 없이 제공해 왔다. 다만 우리가 그 에너지를 보지 못하고 잡지 못했을 뿐이다.

글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