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이 만난 사람 이번 호 주제 관련 저명인사 만남

세계와 한국을 ‘LINK’하다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
서경덕 교수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는 광고를 싣고,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글 안내서를 제공했으며, 세계 유명 미술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보낸 25년.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를 만났다.

Q. <따뜻:한난>의 독자들에게 ‘서경덕’을 소개해 주세요.

학생 때부터 꾸준히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해오면서 언론에 소개되는 일이 종종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사례가 없다 보니 저를 소개할 수식어가 딱히 없었나 봐요. 그때 한 언론사 기자님이 제 이름 앞에 ‘한국 홍보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셨는데, 그때부터 저를 표현하는 수식어가 된 거죠. 그런데 저는 이 일에 열정과 열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열심히 해오고 있을 뿐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커넥터’ 정도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대학 시절부터 쭉 한국 홍보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고, ‘그렇다면 시간이 좀 많이 남는 내가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웃음) 막상 시작하고 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전에 이와 같은 일을 해오신 선배의 길을 따라가면서 그 길을 더 넓히면 좋을 텐데, 제가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죠. 그렇게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함께하는 후배들도 많이 생겼어요. 한지를 알린다는 친구들, 한복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친구들… 시간이 되는 한, 아니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어요. 그 친구들은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똑같이 겪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혼자 가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혼자가 아니더라고요. 제가 걸어온 길을 따라서 함께 걷기 시작한 후배들, 각자의 방법으로 그 길을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 그래서 멈추지 않고 우직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서경덕’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가 바로 ‘독도’죠. 독도학교 초대 교장이자 독도가 우리 국토임을 세계에 알리고 계시는데 독도 홍보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시겠어요?

국가를 형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영토잖아요. 그런데 일본이 독도를 자꾸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왜 거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할까 답답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유가 있었어요.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조용한 외교를 하는 건데, 일본은 계속 시끄럽게 우기는 거고요. 급기야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비로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실었고, 그게 시작이었어요. 이후 세계 유수 언론매체에서 연락이 오고,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독도에 대한 자료를 보내 달라는 요청도 해왔어요. 독도에 대해서 정치외교가 아닌 문화역사적으로 접근 한다면 일본에 대항해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죠.

 

Q. 뉴욕타임스 광고를 시작으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셨죠?

뉴욕 타임스퀘어에도 광고를 싣고, 세계 유명 미술관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하고 한국어 해설 서비스를 추가하는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연락을 하고 찾아갔더니 디렉터 분이 ‘얘는 뭐 하는 사람인가’하는 눈빛으로 보더라고요.(웃음) 결국 한국어 해설 서비스에 대한 계약에 성공했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서비스 제작을 후원해줄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죠. 2개월 동안 대기업 홍보실부터 정부 부처까지 200여 곳을 발로 뛴 끝에 한 공공기관에서 후원이 결정됐어요. 그렇게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한국어 해설이 생기니까 이후로는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도 한국어 서비스가 있다’고 하니까 다른 곳들도 다 해주더라고요. 첫 광고를 뉴욕타임스로 한 것도 그렇고, 일단 처음은 가장 ‘센 놈’과 ‘맞짱’을 뜨는게 좋은 것 같아요.(웃음)

Q. 세계 각국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일도, 결국은 사람과의 연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교수님만의 소통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위해 나를 포장하는 것은 길게 가지 못해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디렉터를 만났을 때도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내가 영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용기를 냈다. 그런데 당신도 한국어를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 그러니까 당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얘기해달라.’ 그리고 전자사전을 꺼냈죠.(웃음) 디렉터가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제 얘기를 들어주더라고요. 동서양,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면 먼저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여는 열쇠는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보여주는 솔직함이 아닐까요.

Q. 코로나19로 서로 간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어떻게 Link 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국가보훈처와 함께 뉴욕 타임스퀘어와 영국 카나리 워프, 켄싱턴 하이스트리트, 태국 방콕의 전광판을 통해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를 전하는 영상을 띄웠습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도 업로드됐는데 일주일 만에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어요. 정부는 6.25 70주년을 기념해 유엔군 참전용사 초청 등 많은 행사를 계획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면서 대안을 찾게 된 거고, 그로 인해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게 된 거죠. 상투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어요.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가 내년 봄에 끝날지, 아니면 1년이 더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설령 코로나가 끝난다 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생길지 모르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비대면 시대에 맞는 소통과 연결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진심이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Q. 마지막으로 <따뜻:한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따뜻한 열로 국민을 하나로 엮어주는 공기업이잖아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계시지만, 조금 더 세심한 눈길로 주변을 관찰하고 그래서 꼭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은 멀어졌지만, 전화나 문자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말았으면 좋겠고요.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세계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연결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함께 고민하며 우리 사회의 온도를 높일 방안들을 함께 만들어가면 즐겁지 않을까요?(웃음)


글 박향아 ,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