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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갈라 그 섬에 닿다
- 안산시 대부도

이른 아침 서울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섬, 대부도. 1994년 건설된 시화방조제를 통해 뭍과 길을 공유하고 있는 섬 같지 않은 섬이다. 시화방조제 위를 달리며 바다를 가르는 기분을 만끽하고, 61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갯벌과 모래사장, 울창한 송림을 벗 삼다 보면 켜켜이 쌓인 근심이 어느새 훌훌 털어져 나간다.

드넓은 갯벌을 품은 청정한 환경 - 대부도 화성시 쪽에서 바라보면 섬이 아닌 큰 언덕으로 보인다고 해서 ‘대부도(大阜島)’라 이름 붙여졌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드넓은 갯벌을 품은 청정한 환경, 바다에서 육지로 변한 땅위에 펼쳐진 갈대밭, 바람 과 손잡고 바다와 숲 사이를 거니는 해솔길, 밀물과 썰물의 흐름에 맞춰 하루에 두 번씩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아기자기한 섬 너머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 계절마다 다양한 해산물을 선물하는 바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갯벌체험 등 대부도의 장점을 언급하자면 부족한 지면을 탓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도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섬이라는 데 있지 않을까?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하면 시계의 시침이 한 바퀴 돌 즈음에 다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대부도는 그야말로 바다를 육지로 만들며 규모가 커진 섬이다. 1994년 시흥과 화성 사이 바다를 막아 방조제가 완공되며 대부도는 주변의 크고 작은 여러 섬과 하나가 되었다. 참나무 숯이 많이 나왔다는 ‘탄도’, 부처가 나왔다는 ‘불도’, 신선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선감도’가 그렇게 대부도의 일부가 되었다. 늘어난 간척지도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17,300ha나 된다. 방조제 이름은 양 끝 지역인 시흥과 화성의 앞 글자에서 가져왔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 시화방조제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기 좋은 섬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도가 간직한 속살을 하루에 다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방조제의 길이가 12km 정도라 차로 10분 남짓이면 지날 수 있으나, 시화조력발전소를 건립하며 조성된 시화나래공원에서 잠시라도 머물러 보자. 특히 25층 높이의 달전망대는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조망 포인트이다. 이곳에서 대부도와 주변 바다의 모습을 내려다보면 그곳 풍경으로 풍덩 빠지고 싶은 맘이 절로 솟아난다.
시화방조제를 지나도 여행은 좀처럼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 옹진군의 여러 섬으로 안내하는 방아머리선착장을 비롯해 썰물 때면 갯벌을 드러내 조개잡이하라며 유혹하는 방아머리해수욕장, 매립된 터전 위에 갈대를 비롯한 다양한 염생식물이 자라나는 바다향기 테마파크,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줄 방아머리 먹거리타운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대부해솔길의 시작점도 이곳에 있다. 대부도 여행은 초반부터 선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니 이후의 여정을 위해서라도 방아머리해수욕장 뒤편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러 도움받기를 권한다.

사계절 내내 갯벌체험 - 종현어촌체험마을 조금씩 매서워지는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아머리해수욕장에서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갯벌체험이 한창이다. 그들과 섞여 조개를 잡으며 시간을 보낸다. 미리 준비한 장화와 체험 도구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향한 곳은 대부도에서 어촌체험을 가장 먼저 시작 했다는 종현어촌체험마을이다. ‘종현’이라는 이름은 조선의 16대 임금인 인조가 내린 것으로 이와 얽힌 내용도 재미있다. 1624년(인조 2년) 이괄의 난을 피해 남쪽으로 향하던 임금이 종현마을 부근을 지나며 갈증을 심하게 느끼자 신하에게 물을 구해오라고 시켰다. 이때 마신 물이 마을 부근 해안에 있는 샘물이다. 시간이 흘러 궁으로 돌아온 임금은 당시의 물맛과 바닷가에 있는 신비한 샘을 떠올리며 ‘왕지정(王指井)’이라는 우물 이름과 함께 마을에는 종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후 임금에게 종을 받은 마을이라 하여 ‘종현(鐘見)’이라 부르게 되었다.

바다와 숲을 벗 삼은 트레킹 코스 - 대부해솔길 바지락 캐기, 독살 등 갯벌에서 즐기는 어촌체험은 겨울이면 뜸해지지만, 종현마을에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부도 해안선을 따라 총 7개 코스 74km에 이르는 대부해솔길의 백미로 꼽히는 절경을 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도는 물론 서해안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일몰 포인트 ‘구봉도 낙조전망대’도 마을 너머에 있다. 야트막한 북망산과 구봉도를 휘돌아 조성된 해솔길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구봉도 낙조전망대로 이어진다.

서해의 아름다운 - 일몰 포인트 해솔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두루 살피고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해질 무렵 어디에서 일몰을 감상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도에는 구봉도 외에도 아름다운 일몰 포인트가 여럿이라 그렇다. 잠시의 고 민 끝에 탄도항에서 해넘이를 보기로 결정하고 다시 길 위로 걸음을 옮긴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생명력 넘치는 갯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상동·고랫부 리 연안습지다. 두 습지보호구역 사이에 있는 해솔길 3코스와 4코스도 살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4코스에는 이름도 정겨운 쪽 박섬과 메추리섬이 있어 여행의 속도를 늦추고 섬이 전하는 감성에 젖어들기 그만이다.
시선을 고즈넉한 바닷가로 향한 채 여유 부리기도 잠시, 어느덧 태양이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일몰을 감상하러 움직이라고 뉘엿거리는 숲의 그림자가 여행자를 재촉한다. 부지런히 움직여 도착한 곳은 밀물 때면 누에섬까지 1.2km 길이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탄도항. 바다 사이로 갈라지는 길 너머로 누에섬과 풍력발전기까지 합세해 서해의 일몰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다.
새벽부터 움직여 하늘에 여명이 걷힐 때까지 대부도를 돌았지만,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 대부도가 간직한 선물을 다 풀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어느 날 다시 새벽길을 달리면 그만인 것을,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에 있는 섬이거늘 …

글/사진 김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