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 듣는 서점

불편한 편의점

기획처 기획부 조병찬 주임

Text. 편집실 Voice. 조병찬 주임 Photo. 고인순

안녕하세요. 기획처 기획부 조병찬 주임입니다. 듣는 서점에서 처음으로 소개할 책은 바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가 서울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됩니다. 지갑을 찾아준 건 바로 한 노숙자. 독고라는 노숙자는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고, 편의점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위안을 얻게 되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 듣는 서점은 한난 직원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코너입니다.
아래 오디오 재생버튼을 클릭하시면 조병찬 주임이 읽어주는 <불편한 편의점>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Always

“가족들에게 평생 모질게 굴었네. 너무 후회가 돼. 이제 만나더라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질문에 대답하려 애썼다.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일까 무어라 말이 터지질 않았다. 내가 씁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하자 그는 괜한 말을 했다는 듯 손사래를 치고 컵라면 그릇과 함께 몸을 돌렸다.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불쑥 튀어나온 말에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손님에게라……. 그렇군. 여기서 접객을 더 배워야겠네.”

곽 씨가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고는 뒷모습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불쑥 내뱉은 말이지만 그에게 답이 되었다니 마음이 놓였다.

One Plus One

백곰 사장은 어디에서 뻗어 나온 건지 모를 콘센트에다가 열풍기 코드를 꽂은 뒤 그것을 경만의 자리 옆에 놓고 전원을 켰다.
(중간 생략.. )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솔솔 불어오는 열풍기의 온기에 경만의 굳은 얼굴이 풀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굳은 건지 오랜만에 와 민망해 굳은 건지 모를 그의 딱딱한 표정이 금세 말랑말랑해졌다.
(중간 생략...)

“그동안 안 오셔서…… 못 쓸 뻔했어요. 저거.”

“예? 열풍기 말입니까?”

“여기 애용하셨잖아요……. 근데 추워서 안 오시는 거…… 같아서 사놓은 건데…… 암튼 오셔서 다행입니다.”

백곰 사내는 열풍기보다 따뜻한 말을 무뚝뚝하게 내뱉고는 사라졌다. 경만은 한동안 라면이 다 붇는 것도 모르고 소주잔만 비워나갔다. 따뜻했다.

소주도, 그 소주가 담긴 컵도. 사내가 경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는 온기를 주는 물건도. 경만은 왕따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왕따가 아니었다. 이놈의 불편한 편의점이 한순간에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경만은 VIP로 컴백한 기분이었다.

BOOK COMMENT

‘불편한’ ‘편의점’...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편의점이 불편하다니...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로 조합된 제목부터 끌렸습니다. 자신이 왜 독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가족은 있는지,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숙자 독고. 그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저마다의 사연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편의점에 비해 상품 종류도 적고, 독고로 인해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은 점점 독고의 순수함과 따뜻한 배려에 위안을 얻게 되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제 마음까지 따뜻해졌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자꾸만 가고 싶은 따뜻한 편의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