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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

땅과 함께 만드는
돌봄의 선순환

Text. 강진우 문화칼럼니스트 Photo. 넷플릭스 <대지에 입맞춤을>

자연과 인간 생활의 기반, 먹거리를 길러 내는 필수 요소, 기후 순환의 핵심 축.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땅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은 땅과 인간이 서로를 돌보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건강한 땅

기후위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홍수·가뭄·산불·태풍·폭염·혹한과 같은 자연재해가 시시각각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껏 1조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로 인해 대기의 복사에너지 흡수율이 높아져 지구가 달궈지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부랴부랴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로 했으며,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제야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일 뿐, 지금껏 배출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저감하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탄소 배출량과 함께 이미 배출된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온난화는 최소 수십 년 이상 지속될 것이며, 지구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이다. 과연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은 ‘건강한 땅’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한 땅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식물이 자라나고 그 아래 온갖 미생물이 섞여 사는, 자연 그대로의 대지가 바로 건강한 땅이다. 식물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그리고 탄소는 뿌리 쪽으로 보내는데, 토양 속 미생물은 이 탄소를 에너지 삼아 살아가며, 그 대가로 식물에게 무기 영양소를 공급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탄소는 자연스럽게 땅속에 저장된다. 땅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탄소 저장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강한 땅을 만들기 위한 노력

안타까운 점은 건강한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넓은 들판을 빠르게 갈고, 한 종의 곡물을 심어 화학 비료와 농약을 치고, 시기에 맞춰 한 번에 수확물을 거둬들이는 산업형 농업 현장의 땅은 척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푸석푸석하다. 제초제에 내성이 생긴 몇몇 풀들만이 자랄 뿐이다. 이런 땅에서 다음 농사를 지어야 하다 보니, 농부들은 점점 더 많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한다. 그럴수록 땅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비료와 농약 속 안 좋은 성분들은 지하수에 녹아 다시 우리에게로 되돌아온다. 이런 땅은 탄소를 머금지도 못한다.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데다가 탄소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토양 생태계가 철저하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대지에 입맞춤을>은 땅을 갈지 않고, 여러 종의 농작물을 함께 기르며, 수확 후 가축을 풀어 키우는, 다시 말해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따르는 재생 농업으로 건강한 땅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혹자는 경제성을 걱정하지만, 사시사철 수확물을 거둘 수 있는 재생 농업이 산업형 농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이 다큐멘터리의 설명이다.

건강한 땅이 늘어나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위험성은 자연스럽게 하강곡선으로 돌아서게 된다. 땅이 그 자체로 탄소 저장고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산업혁명 이후 내뿜었던 이산화탄소도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지의 입맞춤을>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재생 농업을 실천하면 상층 대기 중의 탄소량이 줄어드는 드로다운(Drawdown)이 이뤄지며, 이후 20년 이내에 지구가 건강한 온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큐멘터리의 말미,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우리가 그들을 돌보면, 그들도 우리를 돌볼 거예요. 이제 우리의 낙원을 조금씩 복원해 갑시다.” 이 목소리가 설레는 희망으로 느껴진다면, 이제 지구와 인류의 상생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발밑을 들여다보자. 땅이 건강해지면 우리도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