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요즈음 : 여기서 행복

우리 젊은 날의 숲에서
“같이 걸을까?”

Text. 윤진아 Photo. 정우철

가을이 깃든 산중 캠핑장에 19사번 동기들의 ‘신바람’이 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답잖은 농을 나누며 걷는 별것 아닌 여정이 더없이 행복해 보여, 덩달아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좌측부터 판교지사 운영부 정소윤 주임, 강남지사 운영1부 양상문 주임, 수원사업소 운영부 이서현 주임, 고양사업소 공무부 유영찬 주임

#나의 눈부신 친구 #한난스

경기도 포천 산자락의 카라반 캠핑장에 ‘한난스’가 떴다. 만 스물한 살 동갑내기인 네 친구는 19사번 동기들 중에서도 특히 끈끈한 사이. 2019년 7월 31일 입사했으니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지금은 판교·강남·고양·수원으로 흩어져 근무하고 있어요. 다른 지사는 어떨까 궁금할 때가 많은데, 동기들과 소통하며 회사 전체 업무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게 됐죠. 앞으로 약 40년은 더 함께할 사이라서 이 기회에 모임 이름도 만들어봤습니다(웃음). 요즘 ‘뉴진스’가 핫하던데, 우리도 한난 내 귀여움과 해피바이러스를 맡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한난스’라고 우겨보려고요. 하하!”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어느 해 가을 함께 걷던 출근길이 생각나고, 두근거리던 첫 다짐도 떠오른다. 2020년 겨울 양상문 주임이 입대하던 날엔 다 같이 스키장으로 떠나 초코파이 대신 오예스로 ‘마지막 사제 케이크’ 이벤트도 펼쳤다. 그땐 한 명도 차가 없어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는데, 어느덧 모두 각자의 차가 생기고 어디든 제약 없이 놀러 다니는 어른이 됐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양상문·이서현·정소윤 주임은 현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공부하다 보니 일주일에 두세 번은 고정적으로 만나며 절로 돈독해졌다고. 평소 체력만큼은 자부했지만 한 학기 동안 현업에 학업까지 강행군을 이어가며 컨디션이 바닥을 쳤단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돌아가 회사도 학교도 더 건강하게 다녀보자는 약속에 힘이 실렸다.

“입사동기인 너희들과 친구가 된 건 큰 축복인 것 같아. 밤낮으로 성장하며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투닥거려도 우리 같은 목표를 가지고 힘내서 나아가보자. 파이팅!”

#직대딩 #회사사람에서 친구로

산 좋고 물 좋은 포천에서의 하루는 심심할 틈이 없다. 트램펄린, 붕붕카 등등 취향저격 캠핑장 액티비티부터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수원사업소 운영3과에서 BCO 보직을 맡고 있는 이서현 주임은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회사에 들어와 얻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동기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거예요.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부친상이 있었어요. 주변에 많이 알리지 못했는데, 그때만 해도 별 교류 없이 지내던 동기들이 와줘 큰 힘이 됐어요.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이 주는 위로의 힘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저 ‘회사 사람’이라 여겼던 이들이 성큼 ‘친구’로 다가왔죠.”

양상문 주임과 이서현 주임은 무려 고등학교·회사·대학교 동기라는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새록새록 고맙다는 이서현 주임의 고백은 이심전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고양사업소 공무부 제어팀에서 근무 중인 유영찬 주임은 동기 사이에서 ‘엄청난 E 녀석’으로 통한다. “연수원에서 제일 처음 본 친구는 소윤이였어요. 같은 전자 직렬이어서 대화가 이어졌는데, 똑 부러지는 친구라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서현이는 산책하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저보다 활달한 사람은 처음 봤죠(웃음). 상문이는 강남지사에 있을 때 유일한 동기로 의지가 많이 됐던 친구예요. 연수원 시절부터 쭉 친했던 친구들이지만 함께할 시간이 적어 아쉬웠는데, 모처럼의 여행에 며칠 전부터 설레더라고요.”

이서현 주임은 유영찬 주임을 ‘먼저 말 걸어주며 다가와준 고마운 친구’로 기억한다. “올 초 일근 부서로 파견 갔을 때도 영찬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일근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익숙지 않아 막막했거든요. 올해부터 일근으로 일하던 영찬이가 본인도 바쁠 텐데 물어볼 때마다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메신저로 원격 해결사까지 되어줘 든든했죠.”

#벌써 4주년 #40년 뒤에도 우리

‘무계획 무맥락 여행’을 표방한다더니, 탁 트인 잔디광장에서 이유 없이 뛰어다니다가 연못가에 나란히 앉아 느닷없는 물수제비 레이스도 펼친다. 이어진 트램펄린 점프 대결에서 독보적인 기립 기술을 선보인 정소윤 주임은 판교지사에서 열병합발전소 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늘 앞장서서 수고로운 일들을 도맡아주는 상문이, 동기들의 일이라면 계산 없이 달려와주는 서현이, ‘파워 E’답게 워낙 친구가 많은데도 깊은 우정을 나눌 줄 아는 영찬이와의 여행이라 그런지 힘이 샘솟네요. 고충을 나눌 때나 조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동기들이에요. 연계시스템 특성상 열에너지를 인근 지사와 주고받는 일이 잦은데, 근무일이 같으면 업무전화를 직접 주고받는 경우도 종종 있죠. 전화기 너머로 동기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정소윤 주임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양상문 주임은 강남지사에서 수서열원 로컬근무를 맡고 있다. “제가 있는 수서열원과 소윤이가 있는 판교열원은 연계 배관으로 연결돼있어 종종 연계운전을 해요. 수서에서 판교의 상황을 아는 데 한계가 있어 늘 궁금한 점이 많았죠. 소윤이와 설비 시스템·상황을 공유하고 궁금한 건 물어보면서 열원 운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사는 내내 두고두고 힘이 될 추억을 오늘도 알차게 만든다. 산을 병풍처럼 두른 캠핑장 선베드에 누워 잠시 숨을 고른 친구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본격적인 여행지 탐방을 예고했다. 숨 막히는 속도전 속에 찬찬히 나를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들은 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산책로에서 삶의 작은 쉼표 하나를 찍는 중이다. 내 곁의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아니, 지쳐도 금세 회복하는 재능이 축복처럼 생겨났다. “잘하고 있어!” 도닥이며 보폭을 맞춰 길을 나서는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워 보였다.

포천의 또 다른 매력 즐기기

©포천시 문화관광

백운계곡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물과 광덕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10㎞에 걸쳐 발달한 계곡이다. 선유담·광암정·학소대·금병암·옥류대·취선대·금광폭포 등의 명소가 있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포천시 문화관광

산정호수

‘산정’은 산속 우물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주변 풍광이 수려하고 물도 맑다. 에메랄드빛 호수와 맞닿은 명성산도 가을이면 경이로운 자연의 성찬을 차려놓고 여행자를 기다린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411번길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