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 웃음 : 이런 문화

더욱 빨라진
2024 Trend
2배속의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Text. 편집실 Source. <트렌드코리아 2024>, <라이프 트렌드>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내년을 예측하는 트렌드 키워드가 등장하고,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내년에는 어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들이 주목받을까? 무조건 트렌드를 쫓아갈 필요는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변화를 알아야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쯤 눈에 담아둘 만한 2024년 트렌드 키워드를 소개한다.

분초사회의 도래

인기 드라마를 정주행하지 않고, 유튜브 요약 영상을 본 후 드라마를 본 것처럼 동료와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지하철을 탈 때도 환승 통로나 출구 위치를 미리 알아보지 않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면서도 한 손으로는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은가? 분명 정상 속도가 아니라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콘텐츠를 본 적도 있을 것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진 사회적 경향을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는 ‘분초사회’라고 명명하고 있다.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다.

분초사회에서 우리는 시간의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고, 사용 시간 단위를 조각내며, 여러 일을 함께 처리하고, 일단 결론부터 확인한 후 일을 진행하며, 실패 없는 쇼핑을 바라면서 극한의 시간 효율을 추구한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가격 대비 성능의 효율을 의미하는 ‘가성비’ 만큼이나 시간 대비 성능의 효율을 의미하는 ‘시성비’가 중요해졌다.

디토 소비

디토(Ditto)는 ‘나도’ 혹은 ‘이하 동문’이라는 뜻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2배속, 3배속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디토는 매우 쓸모 있는 소비 방식이다.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실패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어서다. 디토 소비는 과거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과 다르다. 과거 소비자들이 유명 스타를 찾아 몰려다녔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구매를 동조하는 것은 물론 일반인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에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른다. 즉, 실패의 두려움을 최대한 줄이고, 이를 통해 ‘금쪽같은’ 내 시간을 아끼겠다는 얘기다.

도파밍

도파민 도는 일 뭐 없나? 재미는 늘 인간의 화두였지만 요즘만큼 재미를 쫓는 일이 일상이 된 적이 없었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모으려는 요즘 사람들의 행동을 ‘도파밍’이라고 한다. 도파민에 게임용어인 파밍(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이 결합한 말이다. 엉뚱하고 기발하고 지극히 무의미한 일들이 주목을 끌고 ‘역대급 도파민’이 매번 기록을 경신한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얼리 안티에이징

안티에이징을 좀 일찍 시작하는 것을 ‘얼리 안티에이징’이라고 한다. 사실 안티에이징은 노인이나 중장년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누구나 ‘어려 보인다’, ‘동안이다’라는 말을 칭찬으로 여긴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도 피부 관리에 신경 쓰는 시대이니 20대가 안티에이징 하는 것이 무슨 낯선 일이겠는가. 얼리 안티에이징의 주인공인 20대는 피부 관리를 넘어 각종 질병 예방과 관리를 사전에 하는 얼리 케어 신드롬으로 이어진다. 노화를 저항하는 안티에이징과 달리 노화를 받아들이되, 대신 천천히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가겠다는 슬로 에이징도 있다.

올드머니

올드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부를 누리면서 럭셔리한 패션과 취미, 우아하고 매력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지금의 1020세대는 바로 이것을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막연히 부자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올드머니 흉내내기로 욕망을 대체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슈퍼카나 요트는 못 사도 올드머니 패션은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진품이 아니어도 좋다. 실물은 차이가 있지만 사진이나 영상 속에선 큰 차이가 없어 SNS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요즘남편 없던아빠

결혼이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이 된 오늘날, 결혼 후 남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전에 없이 달라졌다. 가사 노동과 육아, 가족 관계의 균형점이 이동하고 있다. 권위적인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어가는 요즘남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없던아빠들이 가정과 기업, 나아가 소비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여성은 일터로 나가고 남성은 가정으로 들어오면서 아내와 남편 모두 일과 가정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육각형인간

우리가 어떤 대상의 여러 가지 특성을 비교분석할 때 사용하는 육각형 이미지를 ‘헥사곤 그래프’라고 한다. 모든 기준 축이 끝까지 꽉 차 완벽한 모습을 보이면 정육각형이 되기 때문에 육각형은 ‘완벽’이라는 의미로 종종 쓰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 모든 측면에서 흠이 없는 ‘육각형인간’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누가 공부를 더 잘하나’ 하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외모, 패션, 특기, 부모 등 비교하는 기준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훨씬 더 복잡해지고 치열해졌다.

각집살이

한국 사회에서 결혼관, 가족관, 부부관의 관성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새롭게 주목해볼 것이 각집살이다. 결혼 제도에 대한 기존의 관행, 관성을 깨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조율하기 원하는 이들이 갈수록 더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과거와 달리 개성, 취향, 사생활, 자아가 더 중요해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혼 후에도 각자의 선택권, 재산권, 사생활, 자기만의 공간 등을 보장받으려고 한다.

돌봄경제

인간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초개인화하는 나노사회. 1분 1초가 아쉬운 분초사회에서, 돌봄의 시스템화가 중요해졌다.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인간은 생존하고 사회는 유지될 수 있다. 돌봄은 이제 단지 연민이 아닌 경제의 문제다.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른 사회적 약자들만이 그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