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요즈음 : 여기서 행복

한 해의 끝자락,
삼대(三代) 낭만 네 컷

광주전남지사 안전관리관 조진 차장 & 판교지사 계전부 고지영 대리 가족

Text. 윤진아 Photo. 정우철

화담숲 인근의 아늑한 펜션에 광주전남지사 안전관리관 조진 차장, 판교지사 계전부 고지영 대리 가족이 찾아왔다. 늘 새로운 행복을 선사하는 삼대(三代) 여행. 대대로 전해져갈 위대한 유산이란 이런 것이다. 세월에 따라 내재된 모든 소양을 발휘하며, 부모와 자식 모두 청춘처럼 환히 빛난다.

며느리 덕에 별걸 다 해보네~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책이라던데, 수염 좀 깎고 올 걸 그랬나?”

애꿎은 턱 끝을 자꾸 매만지는 아버지 곁에서 사보 촬영을 핑계로 난생처음 오래 눈을 마주쳐 보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뭉클하다. 아들보다 더 친자식 같다는 며느리 덕에 성사된 단풍여행. 비어있던 펜션 안의 공기가 이내 뜨뜻하게 데워지고, 한 해를 배웅하는 삼대 여행의 막이 열렸다. 마른 잎과 열매를 땅에 수북이 뿌려놓은 나무 사이를 느긋하게 걷다 말고, 오랜만에 손잡고 있자니 어색하다며 웃음을 터뜨린 조진 차장과 고지영 대리는 2010년 입사 동기다. “편하게 오빠·동생으로 지내자!”고 호기롭게 외치던 남자가 11년째 같이 사는 남편이 됐다는 고지영 대리의 너스레에 조진 차장의 얼굴이 벌게졌다.

“신입사원 연수 후 같은 지사로 발령받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동기들과 같이 모여 술 한 잔 나누는 사이가 됐죠. 우연히 단둘이 만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꼈고, 또 우연히 손바닥이 스쳤던 날 찌릿한 전기가 와 사내연애가 시작됐어요.”

“일할 땐 서로 업무적으로 대하며 다른 분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린 비장하게 비밀연애를 유지했는데 이미 알고 계셨던 분이 많더라고요.”

여행 내내 고지영 대리의 따뜻한 시선이 시부모 주위를 맴돈다. 며느리 사랑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하실 시아버지, 늘 칭찬으로 며느리를 힘이 나게 해주시는 시어머니 덕분에 결혼 후 행복이 두 배로 늘었단다.

“정말 제 친정 부모님 같아서 남편 없이도 종종 시댁에 가서 놀다 오곤 해요.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제 입맛에 꼭 맞는 맛있는 음식들을 한가득 차려주시고, 제가 못하는 요리도 다 해주시죠. 여행도 남편 바쁜 시기엔 고민할 것 없이 시부모님과 저, 아들 넷이서만 훌쩍 나섭니다. 시부모님과 가깝게 왕래하며 두 배로 더 행복해졌어요.”

자동 웃음 버튼이 되어주는 추억도 한가득 쌓였다. 한번은 강원도 삼척 바다로 시부모님과 함께 여행 가서 레일바이크를 탔는데, 어른 넷이 열정 넘치게 오르막길을 완주했다가 여행이 끝난 후 모두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시어머니 안병숙 씨에게도 고지영 대리는 친딸 그 이상이다.

“동네에 소문이 자자해요. 모녀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복덩이가 들어왔다고요(웃음). 오늘 여행도, 제가 얼마 전에 화담숲 단풍 한번 보고 싶다고 말한 걸 흘려듣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이렇게 깜짝 이벤트를 선물했네요.”

“ 올해도 벌써 끝나가네요.
속절없이 달려가는 시간을 붙잡지는
못하겠지만, 다가오는 한 해도
서로 더 사랑하고 아끼는 하루하루가
될 거라고 믿어요.”

아버지와 아들과 그 아들

산책길에 큰 물웅덩이를 만난 성우가 빙 돌아가려다 말고 할아버지에게 “한번 뛰어넘어 봐도 돼요?”라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안 될 게 뭐가 있어? 조금 뒤로 갔다가 속도 높여서 달려봐. 그렇지! 우리 성우 잘한다!”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해병대 251기 출신의 할아버지 조재하 씨는 성우에게 슈퍼맨 같은 존재다. 온 가족이 커다란 봉고차를 타고 누볐던 제주도 여행 중 워터슬라이드를 타다 물에 빠진 성우를 할아버지가 구해주기도 했다.

“풀장 높이가 1m 정도였는데, 그때 성우 키가 1m가 채 안 됐어요. 순식간에 풍덩 빠지는 걸 보고 다들 너무 놀랐죠. 하필 그때 남편은 튜브 씻으러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근처에 있던 제가 들어갔지만 경황이 없는 데다 원래 물을 무서워했던 터라 마음처럼 빨리 가지 못했어요.”

그때 반대편에서 파라솔을 붙잡고 계시다가 멋지게 다이빙해 성우를 건져 올리던 시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지영 대리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 조재하 씨는 당연한 일이라며 머쓱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손주가 물가에 있으니 할아버지 입장에선 쭉 손주 동선을 주시하고 있게 되죠. 미끄럼틀에 올라가서 냅다 내려오다 한순간에 빠지는데, 물 깊이가 어린애가 일어설 수 없는 깊이더라고요. 큰일나겠다 싶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수했죠.”

늘 새로운 서막을 열며

예상보다 빨리 해가 져 본격적인 단풍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숙소로 돌아왔다. 간식거리를 챙기던 조진 차장이 창밖에 비친 부모의 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앞장서 걷던 아버지의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는 것도 세월의 순리일 것이다. 자박자박 숲길을 걸으며 변화하는 계절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에도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올해도 알차게 살았다는 보람이 그득하다. 내년에 조진 차장이 지사를 옮기면 저녁에 온 가족이 같이 운동도 하고, 성우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도 가르쳐줄 계획이다. 더 일찍 가르쳐줬어야 했는데, 나주로 발령이 나면서 주말만 함께하다 보니 시간이 여의치 않았단다. 더 늦기 전에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익혀 나란히 자전거로 한강 드라이브도 하고, 그 유명한 한강 라면도 먹고 싶다. “올해도 벌써 끝나가네요. 속절없이 달려가는 시간을 붙잡지는 못하겠지만, 다가오는 한 해도 서로 더 사랑하고 아끼는 하루하루가 될 거라고 믿어요. 이렇게 세월이 계속 흐르고 삶이 바뀌어갈 테지만, 새로운 계절마다 오늘처럼 행복한 추억을 가득 쌓으며 살겠습니다!”

“ 세월이 계속 흐르고 삶이 바뀌어갈 테지만,
새로운 계절마다 오늘처럼
행복한 추억을 가득 쌓으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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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

당단풍·털단풍·노르웨이단풍 등 400여 종의 단풍나무를 만날 수 있는 생태수목원이다. 15개 테마원을 돌아볼 수 있는 5.3km의 완만한 산책로와 1.2km의 순환 모노레일을 갖추고 있다.
주소 경기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1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에는 잘 정비된 등산로, 음식점, 카페가 모여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총 12.4km에 달하는 성곽이 잘 보존돼 있어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소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 산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