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이 만난 사람 이번 호 주제 관련 저명인사 만남

씨름, 대중과 더 가까워지다
- 의성군청 마늘씨름단 박정우 선수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훈훈한 외모를 가진 ‘씨름계 아이돌’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생전 처음 받아보는 관심과 응원에 선수들은 신이 났다. 씨름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바짝 끌어당긴 <씨름의 희열>의 주인공, 박정우 선수를 만났다.

Q. 먼저 한난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의성군청 마늘씨름단 태백급 씨름선수 박정우입니다. 2019년 횡성단오장사대회에서는 태백장사에 등극했고요. 최근 TV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에도 출연했습니다. 우승은 못 했지만 씨름선수로서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을 선물 받았습니다.

 

Q. 박정우 선수는 언제부터 씨름과 가까워 지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교내 씨름 대회에 반대표로 출전을 했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덩치가 크거나 힘이 제일 센 건 아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저한테 오기가 보인다면서 추천해주셨죠. 서로 몸을 부딪치며 힘을 겨루는 놀이, 져도 재밌고 이기면 더 좋고… 친구들이 빙 둘러앉아 같이 발 동동 구르고 소리치며 응원하는 분위기도 너무 신나더라고요. 그런데 덜컥 우승까지 하니 ‘씨름이 나한테 맞는 운동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씨름의 매력에 처음 빠져들었습니다.

Q. 그럼 그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셨나요?

아니요. 고등학교 때 시작했는데, 학교 씨름부가 유명해서 자연스레 씨름부에 들어간 게 계기가 됐어요.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고 특별한 계기나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저에게 씨름은 자연스레 다가온 운명 같은 게 아니었나 싶어요.

Q. 그땐 씨름과 대중의 거리가 멀었잖아요. 그럼에도 씨름선수라는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있나요?

씨름 대회 때마다 만원 관중이 모이고, 씨름 중계 방송 때문에 9시 뉴스가 미뤄지는 전성시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희에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설 같은 이야기죠. 대회에 출전해도 관중이 없거나 간혹 관중들이 꽤 모였다 싶으면, 푸짐한 경품 때문에 지역 어르신들이 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나마 중간에 경품 추첨이 끝나면 우르르 빠져나가기 십상이었고요. 그런데도 씨름 경기가 펼쳐지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 때문에 모래판을 떠날 수 없었어요. 연습 때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시합장에서는 1초 만에 상대의 기술에 넘어갈 수가 있어요. 어떤 장비도 없이 1:1로 만나 기술만으로 승패를 겨루는 경기, 짧은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씨름을 잘 알고 보면 특유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즐길 수 있고요. 또 우리나라 민속 고유의 운동이기 때문에 그 안에 우리 전통의 흥과 멋이 담겨 있죠. 씨름은 멋지고 매력 있는 스포츠예요.

Q. <씨름의 희열> 8강전에서 아쉽게 탈락을 했지만, 그 경기는 프로그램 PD님을 포함해 시청자들이 꼽는 베스트 장면인데요. 박정우 선수에게 그날의 경기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그날이 처음으로 공개 녹화가 진행된 날이라서 관중들이 많이 오셨거든요. 늘 텅 빈 시합장에서 경기하다가 팬들의 응원과 함성으로 가득한 곳에 있으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더라고요. 승패와 상관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각오도 하게 되고요. 서로 쉴 새 없이 기술을 걸고, 그러면서도 넘어가지 않고 버티는 대치 상황이 지속됐는데요. 사실 팔다리에 힘이 다 빠졌는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제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치는 팬들의 응원 때문이었어요. 저도 모르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비록 2:1로 아쉽게 패했지만, 제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Q. 2020년 본인에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관중, 특히 팬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펼치는 씨름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게 됐다는 것? 지난 설날장사씨름대회에 팬들이 많이 오셨어요. 팬분들께서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박수와 응원을 열렬히 보내주시는데, 씨름을 시작하면서 늘 꿈꾸던 모습이었죠. 씨름은 따로 선수 대기 공간이 없어서, 내 경기가 아닐 때는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앉아서 쉬기도 하고 다른 선수 경기를 보기도 하는데요. 팬들이 경기를 잘하라면서 음료수랑 팬레터도 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아직은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사인도 해드리고 사진도 같이 찍어드리죠. 잘생겼다거나 멋있다고 얘기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저로 인해 씨름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얘기예요.


Q. 이번에 의성군청 홍보대사가 되셨는데요. 의성군 자랑도 부탁드려요.

의성은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청정지역입니다. 그래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들도 많은데요. 특히 마늘과 한우가 유명해요. 의성마늘은 특유의 맛과 향이 풍부하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의성의 흑마늘을 먹여 키운 흑마늘한우도 의성의 자랑인데요. 의성군수님께서 씨름단을 위해 흑마늘한우를 자주 사주세요. 의성의 마늘과 한우가 저를 비롯한 선수단 건강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Q.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열 수송관을 통해 따뜻한 열과 난방수를 아파트 및 건물, 가정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씨름선수분들도 씨름 경기할 때 살이 맞닿아 서로의 따뜻한 열을 나누게 되지요?

혹시 씨름판의 모래가 차갑다는 걸 알고 계세요? 발을 내딛는 순간 한기가 온몸으로 올라와요. 그래서 경기 시작 전에 몸을 움직여 체온을 올리죠. 그렇게 각자 몸에 열을 낸 후, 상대와 몸을 맞대는 순간 서로의 체온이 전해져요. 발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서로의 온기로 녹이는 거죠. 아무래도 경기장에서 만나 몸과 몸을 맞대고 땀을 흘리며 승패를 겨루고 나면 동지 의식 비슷한 것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씨름선수들은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거의 다 친하답니다.

Q. 앞으로의 목표, 씨름선수로서의 꿈은 무엇인가요?

열심히 운동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죠. 그리고 이번에 <씨름의 희열>을 통해 또 하나의 꿈이 생겼는데요. 더 많은 사람이 씨름의 매력을 알게 되고, 그래서 씨름이 대중들과 더 가까워지고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지금의 관심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저를 비롯한 선수들이 더 노력해야겠죠. 무엇보다 실력을 키워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씨름의 전성시대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난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먼저 <씨름의 희열>을 통해 많은 관심과 사랑,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경기장에 오시면 선수들의 다이내믹한 경기도 보시고, 선수들하고도 가까이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 직접 찾아오셔서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데요. 다들 건강하게 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글 박향아,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