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이 만난 사람 이번 호 주제 관련 저명인사 만남

‘모든 뇌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 과학커뮤니케이터 장동선
장동선 박사는 차가운 두뇌로 발견한 합리적인 과학적 지식을,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쉽고 유쾌하게 전달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뛰어난 뇌과학박사이자 매력적인 과학커뮤니케이터다. 지금, 이 순간도 ‘모든 뇌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장동선 박사의 뇌를 공유해 본다.

Q. <따뜻:한난>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뇌과학박사 장동선입니다. 20년 가까이 뇌를 연구하는 삶을 살아오다 최근 3~4년은 대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을 했습니다. 한 달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모든 뇌가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실험에 행복하게 몰두 중입니다.

 

Q. 요즘 박사님을 행복하게 하는 새로운 실험은 무엇인가요?

세상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빠른 변화 속에서 절대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아요. 오늘의 정답이 내일은 오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는 지식을 업데이트 받지 못하면, 이미 오답이 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가짜 뉴스를 따라갈 수 있고, 이는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죠.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과학적인 팩트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거짓뉴스들이 난무했잖아요. ‘가장 효율적인 과학적 소통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저의 새로운 실험입니다.

Q. 그래서 답은 찾으셨나요?

정답은 없어요.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이제는 과학자 스스로가 지식을 공유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일부 과학자는 과학과 대중 사이의 연결고리 즉,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정확한 과학적 팩트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그 방식이 유쾌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대중들이 어렵게만 느끼던 과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될 테고, 이를 토대로 우리 삶이 더 안전하고 풍요로워질 테니까요.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통이 되어야겠죠. 제가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뇌는 춤추고 싶다>와 같은 책을 쓴 것도 소통의 일환이었는데요, 올 연말 발간을 목표로 또 다른 책을 집필하고 있어요. 이번 책은 제가 한국어로 발간하는 첫 도서인 만큼 의미가 크죠. 최근에는 대중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만들었답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이제 두 달 됐고, 일주일 전에는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도 개설했어요. 뇌에 대한 궁금증을 유쾌하게 풀어갈 생각이니 많이 찾아와주세요.

 

Q. 사실 ‘뇌과학’이라는 용어가 조금은 낯설어요. 인공지능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뇌과학은 통합학문입니다. 의학, 생물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철학을 다 품고 있어요. 이 모든 학문을 바탕으로 뇌의 신비를 밝혀내서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죠. 인공지능의 역할이 커질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 즉 뇌과학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더 좋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어요.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그러니까 기계를 인간처럼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를 더 잘 이해할수록 더 좋은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Q. 박사님과 뇌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뇌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네요.

독일에서 태어나서 독일과 미국, 한국을 오가며 성장했어요. 모든 나라에서 이방인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리고 궁금해졌죠.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걸까? 그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고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세상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길을 걷게 됐습니다.

 

Q. 우리 뇌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주하게 움직이는 우리 뇌가 가장 많이 노력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예측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발달했거든요. 그렇기에 우리 뇌 속에는 늘 ‘다른 사람들의 뇌’라는 또 다른 뇌가 공존하고 있는 거죠. 그렇기에 우리는 혼자일 때 행복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관계 속에서 타인과 연결되어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때 우리 뇌는 행복을 느낍니다.

Q. 그렇다면 일상에서 뇌를 더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더 많은 책을 읽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에 갇혀 있지 않고, 뇌와 마음을 열어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우리 뇌는 확증 편향적 성향이 있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와 같은 결의 정보와 지식만을 계속 찾아가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게 틀릴 수도 있고, 어제까지는 맞았던 사실이 새로운 연구로 인해 달라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그들의 뇌에 담긴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내 얘기를 할 때 더 많은 쾌락을 느끼거든요. ‘내 얘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줬으면’하고 바라게 되죠. 이때 반대로 다른 이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이해할 때, 우리 뇌는 똑똑해진답니다.

Q. 마지막으로 <따뜻:한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남겨 주세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를 해야 해요. 지금이야말로 관계와 소통이 중요할 때죠.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자신에게 위로가 될 거예요. 중요한 건 나를 위한 위안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의 힘듦에 공감하고 용기와 응원을 주는 것이에요. 인간의 뇌는 혼자 행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행복하기 위한 뇌로 진화해 왔어요. 같이 행복한 것이 가장 똑똑하고 효율적인 행복입니다.


글 박향아 , 사진 임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