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필름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추천합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내일

-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
한때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운동경기에서 심판이나 상대팀 선수들을 속여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과장스러운 몸놀림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도 그런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지구를 액체질소 속에 넣은 듯 과장된 영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고, 이렇게 녹은 북극 얼음이 북반구의 해수 온도를 확 떨어뜨려 지구에 또 한 번의 빙하기를 초래한다는 내용의 <투모로우>. SF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연출한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명성(?)에 걸맞게 지극히 과장스런 ‘할리우드 액션’으로 묘사되어 있다.
<투모로우>는 과장스러운데다 꽤 비과학적이다. 물론 과거에도 지구에는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가 있었다. 그러나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의 전환은 영화에 나온 것처럼 급격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 빙하기에서 현재의 간빙기로 전환되는 데는 무려 1만 년이 걸렸다. 게다가 빙하기와 간빙기 간의 전환 원인은 지구 내부의 에너지 흐름 변화 외에도 지구에 닿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변화 등 지구 외부의 에너지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오직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의 변화만으로 순식간에 빙하기로 돌입해 버린다.

영화 속 빙하기는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온도도 엄청나게 낮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비행 중인 헬리콥터의 도관 속 연료를 얼리고, 사람이 즉석에서 얼려면 적어도 기온이 영하 100℃ 아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급격히 추워지는데도 지구에서는 쓰나미가 일어나고, 지구가 가진 물의 양이 늘어났는지 그 물들이 빠지지도 않고 그대로 얼어 버린다. 게다가 태풍의 구름이 북미와 유럽을 모두 뒤덮어버린다. 대체 그 많은 구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뉴욕 시가 태풍의 눈에 들어오자 온도는 초당 10℃씩 급락하고, 건물 유리창들은 모두 열팽창파괴라도 일으킨 듯 깨져 버린다. 밖이 아무리 추워졌다 해도 이미 건물 안도 상당히 차가울 텐데 말이다. 즉, 영화에 묘사된 효과를 일으키려면 지구를 통째로 액체질소(영하 196℃) 속에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실현될 시나리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실현될 시나리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이 100% 거짓말인 것도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류에 섞일 경우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이하 AMOC)’가 심각하게 느려질 수 있다. AMOC는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대서양의 바닷물을 남북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물론, 얕은 바닷물과 심해의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해류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의 AMOC는 1,600년 만에 가장 약해졌다고 한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극지방의 얼음(담수)이 녹으면 얕은 수심의 바닷물 염도가 낮아진다. 그러면 얕은 수심의 바닷물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깊은 수심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고, 결국 AMOC 전체를 느려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 해류가 느려질 경우 북반구에 극한 기후가 찾아오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심각한 기후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무한한 청정에너지에 관심이 필요한 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재 서유럽의 기후가 비교적 온화한 것은 AMOC가 열대의 더운 바닷물을 서유럽이 면한 북대서양으로 가져와 주기 때문인데, AMOC가 약해질 경우 이 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서 유럽의 기온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북반구에 심각한 혹한이 찾아올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아열대와 열대 지방에서도 더운 바닷물이 추운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허리케인, 혹서 등의 극한 기후가 자주 나타날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온실가스 발생을 방치할 경우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런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흔히들 기후변화를 가리켜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쓰지만, 그 실체는 그 정도의 말로 표현될 수 없을 만큼 훨씬 복잡하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경제로의 전환 이외에는 해법이 없다.

Info


<투모로우>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外

글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