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 여기서 행복

아빠, 오늘은 어디 가?

중앙지사 운영1부 조철현 팀장 가족

Text. 윤진아 Photo. 정우철

조철현 팀장 가족에게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다. 따로 또 같이 충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주말을 맞아 ‘온전한 우리’로 뭉쳐 떠난 춘천 여행. 서로를 똑 닮은 네 식구가 야무지게 붙잡은 여행지의 선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람 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오늘밤 함박눈이 내린다고 해 아이들이 한껏 기대하고 있어요.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스키장도 가겠다고 벌써 계획을 다 짜놨더라고요.(웃음)”

타박타박 겨울 땅의 감촉을 맛보는 대단치 않은 일에도 괜스레 가슴이 설렌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뭐든 해봐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곳의 일분일초는 오롯이 너희들의 시간이라는 아빠의 약속에 남매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물길 따라 낭만이 흐르는 호반의 도시 춘천은 가족 모두가 참 좋아하는 여행지다. 지난해에도 두 번이나 춘천여행을 계획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번번이 취소해야만 했다고. 쌍둥이 생일을 앞두고 신청한 <따뜻:한난> 사보 이벤트 덕분에 드디어 숙원을 풀게 됐다는 귀띔에 미소가 고인다.

“2011년 1월 12일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해요. 딸이 양수를 먹어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체중도 2.01kg으로 작게 태어나,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기도했죠. 어릴 땐 병치레가 많았는데, 아파도 아빠를 보면 방긋방긋 웃어줘서 힘이 났어요.”

탈 없이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게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첫돌이 지나고부터는 매달 여행에 나섰다. 여름엔 캠핑에 빠지고 겨울엔 스키장에서 살면서 ‘행복은 함께하는 것’임을 깨달았단다. 폭설로 강원도 산골짜기에 차를 버리고 간 적도 있다.

짐은 눈썰매에 싣고, 두 살배기 남매를 한 명씩 안고서 행여나 감기라도 걸릴까 노심초사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던 일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됐다.

넘어지는 게 두렵지 않다는 것

숙소 문을 열자 시끌벅적한 바깥 소음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오늘 머무를 곳은 의암호수가 눈앞에 펼쳐진 독채 펜션이다. 은은한 편백 향이 마음까지 밝혀주는 나무계단을 오르니 아이들의 천국, 다락방이 나타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쌍둥이 남매가 환호하며 다락 위로 몸을 날린다. 숲속 오두막 같은 아지트에서 밤새 소복소복 내리는 눈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야지! 다락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덮고 지붕 위 은하수를 상상하며 자야지! 슬금슬금 차오르는 웃음을 머금고 예준이와 예진이가 엄지를 치켜든다.

숙소 안팎을 탐험하는 동안에도, 온기를 더해줄 찻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그 잠깐의 시간에도, 네 식구는 자연스럽게 ‘놀 거리’를 찾아냈다. 한바탕 가벼운 실내게임으로 몸을 푼 뒤 앞마당으로 나가 원반던지기 게임에 나섰다. 아빠의 코칭에 따라 한 손에 원반을 들고 공기의 저항을 야무지게 계산하는 예진이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새로 걸음마를 배우는 듯한 딸 아이의 표정에 아빠의 마음도 괜스레 둥실거린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탈탈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야~!”라는 아내 엄은아 씨의 응원에 아이들은 마음 놓고 삶의 균형을 배운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날에 아빠와 엄마가 그러했듯, 아이들도 걷다 뛰다 넘어지다 서다를 반복하며 어여쁘게 반짝일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실컷 날아보고, 실컷 떨어져보렴!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억하길

눈 내리기 직전의 호숫가에서는 차분함과 분주함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다. 선물 같은 여행을 200% 이상 즐기겠다는 의욕에 넘쳐 강 건너 육림랜드로 발길을 옮겼다. 형형색색 화려한 빛을 내며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앉아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보고 있자니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 오르락내리락하다가도 결국은 돌고 돌아 목적지에 이르는 회전목마처럼, 우리도 매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음을 믿는다.

올해 나란히 열두 살이 된 예준이와 예진이는 1분 차이로 오빠와 동생이 됐다. 아빠와 엄마를 사이좋게 빼닮아 영민하고 활달한 남매는 둘 다 지난해 학급회장으로 활약했고, 서울시 어린이 기자와 태권도 시범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요즘은 스키에 푹 빠졌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몰입하는 예준이는 최근 ‘태권도 품세대회’와 ‘줄넘기 전국대회’ 출전 제안을 받고 의욕에 넘쳐 있다. 글쓰기에 남다른 감각을 가진 예진이는 ‘남의 아픔을 치유 해주는 작가’를 꿈꾼다. 어린이 시 창작 프로그램 ‘동동문학당’에 참여해 시를 집필하는 등 벌써 꽤 많은 시와 단편소설을 썼단다. 글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말은 사람을 이끄는 만큼,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기를 바라며 블로그 운영 계획도 갖고 있다.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스스럼없이 선택하고, 그 선택을 걱정하기보다는 즐길 줄 아는 진짜 승자가 되길 바라죠. <따뜻:한난> 사보 촬영 덕분에 오랜만에 아내, 아이들과 눈을 맞춰보면서 ‘함께해야 행복’이라는 생각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웃으며 살고 싶어요.”

밤새 펑펑 눈이 내린 다음 날 일찍 집을 나서본 사람은 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과 눈 덮인 숲의 적막이 얼마나 싱그러운지를 말이다. 새해 작심이 흔들릴 즈음, 춘천 도처에 펼쳐진 눈길을 걸어보는 것도 썩 괜찮은 처방이 될 듯하다. ‘시작’과 참 잘 어울리는 새하얀 눈밭에 지난 회한을 내려놓고 나면, 다시 한 해를 멋지게 시작할 기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린 겨울을 견뎌야 푸르른 봄과 뜨거운 여름을 맞을 수 있는 법! 겨울을 겨울답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에서 조철현 팀장 가족의 ‘오늘치 행복’이 충전됐다.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스스럼없이 선택하고, 그 선택을 걱정하기보다는 즐길 줄 아는 진짜 승자가 되길 바라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처럼만 웃으며 살고 싶어요.

춘천에서 놀아봐요

©육림랜드

꿈과 희망의 나라, 육림랜드

1975년에 개장한 춘천의 대표 놀이동산.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놀이동산과는 다르게 옛 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보통 춘천으로 여행을 온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 놀이동산뿐만 아니라 동물원, 솔터 일일 캠프촌도 운영 중이다.

강원 춘천시 영서로 2965

하늘을 걷는 기쁨,
소양강 스카이워크

소양제2교 맞은편 춘천호반에 개장한 국내 최장의 스카이워크 교량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춘천의 새로운 여행명소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투명강화유리에 비춰 발아래 또 다른 하늘과 구름이 담긴다. 스카이워크에서 몇 걸음 옮기면 그 유명한 ‘소양강 처녀상’도 만날 수 있다.

강원 춘천시 영서로 2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