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 여기서 행복

봄날, 손잡기 딱 좋은 한옥 산책

중앙지사 고객지원부 이민아 과장 부부

Text. 윤진아 Photo. 정우철

보일 듯 말 듯 몽환적인 풍경이 맞닿는 처마 사이로 봄기운이 넘실거린다. 바닷가에 안착한 한옥펜션에서 이민아 과장 부부가 로맨틱한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빠른 속도전 속에 호젓하게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곳, 강원도 동해에 위치한 동안재는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호흡을 가다듬기에 제격이다.

전통한옥에서 붙잡아 온 ‘신상’ 행복

바람이 달다. 도시 한가운데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울창한 수림이 펼쳐진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 소리가 머무는 길모퉁이에 그야말로 ‘님과 함께 살고 싶은’ 그림 같은 집이 나온다. 이번 여행지는 흙과 소나무로 지은 한옥펜션이다.

“둘 다 여행을 참 좋아해요. 남는 건 경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안 해본 것, 못 해본 것을 시도하기를 즐기죠. 얼마 전 TV에서 한옥 여행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에 반해 언젠가 꼭 경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우연히 <따뜻:한난> 사보 공지를 보고 신청했는데 정말 선정될 줄 몰랐어요. 자고로 꿈꾸는 게 있다면 일단 시도해봐야 한다니까요!(웃음)” 강원도는 이민아 과장의 고향이지만, 영서 지방에서 태어나 정작 바다 구경은 못하고 자랐단다. 해마다 여름이면 뉴스에서 인파가 가득한 해수욕장을 볼 때마다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체크인 전에 동해를 둘러보고 왔어요. 강원도에서 보는 바다는 제주도나 부산의 바다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내일은 강릉 쪽을 중심으로 돌아볼 계획인데, 이번 참에 영동지역을 제대로 여행해 볼 예정이라 기대가 됩니다.”

오빠를 만나고 나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다른 듯 닮은 우리,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백년해로하자!
이민아 과장

낯선 여행지에서 발견하는 공감대

코로나19 시국이 아니라면 좀 더 먼 멕시코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었다. 일생일대의 신혼여행을 미뤄야 했지만, 이민아 과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지상낙원, 칸쿤은 남편의 오랜 로망이었던 여행지예요. 회사에서 주는 신혼여행 휴가도 아직 못 썼는데, 언젠가는 꼭 가볼 계획입니다!”

코로나19가 참 많은 것을 제한했지만, 모두의 응원 덕에 특별하고 행복한 부부가 되었다. 대학동기 소개로 만난 남편 임창욱 씨는 정보시스템 관리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좀 덤벙대는 편이라는 이민아 과장 곁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성격의 임창욱 씨가 떡 버티고 서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덕에,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너스레에 미소가 고인다. 두 사람은 ‘코시국 결혼’ 당사자답게 사연이 많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을 몇 개월 연기하다 보니 예식장 예약 날짜가 몇 개 없어 어버이날 결혼하게 됐어요. 연락 돌리기도 미안해서 청첩장도 조금만 인쇄했죠.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돼 또 미뤄지면 어쩌나, 결혼식 전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니까요. 결혼식 당일엔 남편 회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남편 직장동료들이 식장 오는 길에 긴급 참석금지 지침을 받고 되돌아가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남편이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숱한 난관이 있었지만, 10년쯤 뒤엔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겠죠?”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우리 둘 다 뚜벅이여서 차가 없었는데, 식장까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가려면 자가용이 필요했어요. 택시는 이용할 수 없었던 게, 신부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쓸 순 없으니까요.(웃음) 다행히 기획부 김범수 대리님이 메이크업 장소부터 식장까지 태워주셨죠. 이날 축의금 접수대까지 봐주신 대리님, 꼭 보답하겠습니다!”

함께여서 더 좋은 한옥 테라피

시끄럽고 번잡한 바깥세상과 달리 담장 안은 아늑하고 한가롭기만 하다.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귀를 조금 더 기울이면 선명한 행복과 마주할 수 있다. 주말을 맞아 오랜만의 여행에 나선 오늘, 그 미세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아주 조금 설레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이서 함께 걸어갈 새로운 인생 2막, 이민아 과장은 거창한 계획 대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시도를 잇고 있다.

“제가 과일을 좋아해서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품종의 과일들을 하나씩 정복해가고 있어요. 주말엔 전복구이, 감바스 등등 특별한 요리를 해 먹어요. 남편이 취사병 출신이라 칼질이 예술이거든요. 남편은 썰고 저는 간 보고, 함께 요리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둘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한 방향을 바라보고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멋진 일이더군요.”

행복은 우리 곁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은 낯설기도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행복을 맛보며 인생을 새롭게 배우고 있단다. 숫자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장점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대신, 이민아 과장은 남편과 똑 닮은 미소로 그 사실을 증명했다.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조금씩 지치기 시작할 땐, 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인생 최고의 선물, 내 짝과의 행복을 미루지 말고 지금 실컷 웃고 마음껏 사랑하자!

올해까지만 잘 버티면 마음편히 외출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오면 미뤄뒀던 맛집 탐방도 실컷 하고, 근거리 여행도 자주 다니자!
남편 임창욱 씨

강원도하면 떠오르는 이곳으로 가요~!

더 짙고 더 가까운 동해,
정동진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긴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산책하기 좋다. 경포대·오죽헌·천곡동굴·촛대바위·환선굴 등 이름난 관광지가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다.

커피 향에 취해 같이 걷자,
강릉 안목해변

안목해변에는 여행자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커피거리가 인기다.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짙푸른 동해를 곁에 두고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 커피거리에서 해맞이공원을 지나 북쪽으로 백사장이 쭉 연결돼 있고, 무료 주차공간도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