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 퇴근길 문화

봄, 봄, 봄날의 산책
발길 닿는 대로 이색 서점

Text. 김주희 Photo. 정우철

‘어디’이냐에 따라 책을 읽는 감흥도 달라질 수 있다. 남다른 정체성을 녹인 이색 서점으로 봄 산책을 나서는 건 어떨까. 지적 탐험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에 경쾌한 스타카토가 실린다.

도심 속 지적 쉼터
최인아 책방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지적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최인아 책방은 카피라이터로 30여 년 동안 일했던 책방지기가 만든 서점이다. 복층 구조인데, 아래층에는 카페와 서가, 위층에는 구매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한다. 서점 한쪽에는 방문자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추천 서가’ 코너도 있다. 추천인이 자신의 이름과 직업 그리고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직접 적어 놓은 공간이다. 이를 통해 나와 비슷한 생각과 관점, 고민을 가진 이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누리게 된다. 책에서 출발한 공간이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머무는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저자 북 토크를 비롯해 에세이 쓰기, 영어 소설 읽기, 논어 학교 등의 흥미로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과 콘서트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다.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21
@inabooks

호젓한 마을 속에서 책과 만나기
아마도 책방

아마도 책방은 시간의 옷을 입은 낮은 건물들이 조붓하게 이어진 지족마을에 자리한 작은 책방이다. 빨간색 책이 그려진 작은 간판만이 이곳이 책방임을 알려준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공간이다. 책방 안은 마치 유년 시절 머물던 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을 짐작케 하는 고가구들이 잊고 지내던 정겨운 향수를 자아내는데, 전국 중고시장을 찾으며 발품을 팔아 마련한 것들로 책방지기의 섬세한 안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마도 책방의 백미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침대방. 마치 내 방에 머무는 듯 방해받지 않고 독서에 몰입할 수 있다. 책방지기는 독서 모임이나 워크숍을 진행하며 책을 더욱 깊게 만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곳에 간다면 원형 테이블에 놓인 독립 서적 큐레이션을 놓치지 말 것. 책방지기가 엄선한 다채로운 책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단, 책방 내 사진 촬영은 금지다.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876번길 19
@amado_books

서촌에서 마주한 시간의 지층
서촌 역사책방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다. 서촌 역사책방에서는 역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경복궁 영추문 앞에 자리한 역사책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커다란 원형 책장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라 불리는 책장인데, 이를 보고 있자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역사를 주제로 서가를 채웠지만 역사 전문 서적 외에도 미술, 건축, 여행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비했다. 책 외 커피와 차, 맥주, 와인 등을 함께 판매해 여유를 즐기며 독서를 하기에도 좋다. 내부는 메인 홀과 카페 라운지, 스튜디오, 복층 다락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책방만의 안목으로 기획한 저자 강연, 북 토크, 한양 도성 답사 프로그램 등이 열리기도 하니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시간을 오롯이 품은 이곳에서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4
@historybook.kr

사람과 책을 잇는 소통 공간
책방 다독다독

울산 함월산 자락 아래 위치한 동네 책방 다독다독은 단순히 책만 소개하지 않는다. 책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자 배움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중국어 교실이나 수어 교실, 스터디 낭독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 독자의 취향과 니즈를 연결하고, 책을 통해 문화적 경험치를 증폭시키는 셈이다. 일상 속에서 글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워크숍 ‘글쓰다’도 진행한다. 오는 6월까지는 ‘그림책 육아 모임’을 여는데, 그림책으로 자녀와 마음을 이야기하고픈 엄마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렇듯 책방 다독다독은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연중 끊이지 않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부러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가장 훌륭한 요소 역시 ‘사람’이다. ‘책과 삶을 나누는 동네 사랑방’이라는 소개 문구가 책방 다독다독의 정체성을 충실히 담아낸다.

울산시 중구 백양로 44
@dadokdadok221

제주 섬에서 맞닥뜨린 낭만 책방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우리나라 가장 남동쪽에 자리한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는 제주 우도에 위치했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제주 바다에 살고 있는 멸종 위기 산호꽃의 이름인데, 현대인에게 책이 아련히 멀어져 가는 산호꽃과 닮은 것 같아 책방 상호를 밤수지맨드라미로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스러움’이 고스란히 녹은 분위기 속에서 종이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자아내는 나무 소재 가구들 사이사이 책들이 자리하는데, 그 옆에 함께 놓인 제주를 닮은 감성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는 바다, 해녀, 생태, 예술, 문학 등에 관한 다양한 서적과 젊은 작가들의 독립서적을 소개한다. 작은 음악회와 전시회도 비정기적으로 열리므로 방문 전에 체크해보자. 몇 해 전 ‘책 읽는 밤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예술가들을 초청해 ‘심야 책방 프로젝트’를 처음 진행했고, 이곳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530
@bamsuzymandramy.bookstore

천년 고도의 숨결이 맞닿다
어서어서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표방한 어서어서는 경주에서 가장 핫한 거리로 손꼽히는 황리단길의 터줏대감이다. 천년의 고도 경주의 숨결과 맞닿은 곳이다. 5년 전에 처음 선을 보인 책방으로 대릉원을 옆에 둔 길목에 낮고 조붓한 건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꾸밈없는 검박한 모습으로 자리한다.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이곳은 경주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경주 여행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7평 남짓한 크기의 작은 규모로 ‘많은’ 책 대신 ‘집중과 선택’으로 엄선한 북 큐레이션이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시, 문학, 에세이, 인문, 예술 장르를 위주로 다루는 문학 전문 서점으로 평소 문학 작품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서점 안에서 비정기적으로 전시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지난해에는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실천하기도 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1083
@eoseoeo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