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 웃음 : 콘텐츠 in 에너지

영화 <매드 맥스 3>

메탄가스로 움직이는
분노와 광기의 도시

Text. 강진우 Photo. <매드 맥스3> 스틸 컷

만약 대재앙으로 인해 문명이 몰락한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핵전쟁 이후의 디스토피아 (Dystopia·유토피아와 대비되는 어두운 미래상) 세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 <매드 맥스 3>의 도시 ‘바타 타운’은 돼지의 배설물에서 생성되는 메탄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황폐한 대지에서 펼쳐지는 추격 액션 활극

전 세계적 핵전쟁 이후, 지구는 폐허가 됐고 인류 문명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은 흙먼지와 모래 폭풍만이 휘날리는 대지 위를 정처 없이 떠돌면서 처절한 생존을 이어 나간다. 주인공 매드 맥스(멜 깁슨 분)의 일상도 다르지 않았다. 경비행기를 탄 부자(父子) 강도에게 그나마 갖고 있던 마차와 짐들을 뺏기기 전까지는.

<매드 맥스> 시리즈 1, 2편에 이어 3편에서도 모든 것을 잃은 매드 맥스는 이름 그대로 미칠 듯한 분노를 품은 채 강도의 뒤를 쫓는다. 그러던 중 그나마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도시 ‘바타 타운’을 만나게 되고, 이 도시를 지배하는 여왕 앤티 엔티티(티나 터너 분)로부터 짐과 마차를 찾아줄 테니 도시의 지하 세계에서 활동하는 거인 블라스터(폴 라슨 분)를 죽이라는 제안을 받는다. 바타 타운은 돼지의 배설물에서 생성되는 메탄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데, 메탄가스 발전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인물 마스터(안젤로 로시토 분)가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는 블라스터를 등에 업고 지상의 여왕 앤티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앤티는 도시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스터를 살리되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 매드 맥스에게 블라스터를 죽이라고 사주한 것. 매드 맥스는 도시의 중심에 있는 결투장 선더돔에서 블라스터와 일전을 벌인 끝에 그를 제압하는 데 성공하지만 차마 죽이지 못한다. 부하들을 동원해 쓰러진 블라스터를 죽인 앤티는 도시의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매드 맥스를 죽음의 사막으로 추방하는데, 여느 주인공이 그렇듯 사경을 헤매고 있는 그를 한 부족이 구해준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부족원들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한 매드 맥스는 부족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찾겠다는 이들과 함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바타 타운을 다시 찾게 되고, 돼지우리에 살며 천대받던 마스터를 구한 뒤 메탄가스 발전기의 일부가 된 기차를 탈취해 도시를 벗어난다. 발전기와 마스터를 모두 잃은 앤티 무리는 도시의 재건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드 맥스 일행을 뒤쫓지만, 온몸을 내던진 매드 맥스의 희생으로 끝내 도망친 뒤 폐허가 된 도시 위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사막에 홀로 남겨진 매드 맥스는 지난 두 편의 시리즈에서 그랬듯, 황폐해진 지구를 정처 없이 오가는 외로운 떠돌이 신세로 회귀한다.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분노를 마음속에 꾹꾹 억누른 채.

돼지 배설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매드 맥스 3>는 현대 문명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초라하지만 영화 내에서는 어느 곳보다도 화려한 도시 ‘바타 타운’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석유가 바닥을 드러낸 데다가 그나마 남아 있는 석유를 시추할 장비조차 철저하게 파괴된 핵전쟁 이후의 암울한 세계를 그리고 있기에 기계 문명을 지탱할 에너지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 <매드 맥스> 시리즈의 1, 2편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조지 밀러 감독은 자신의 친구이자 이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바이론 케네디가 3편의 촬영지를 물색하던 중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크게 낙담했으며, 그 여파로 <매드 맥스 3>에서는 각본과 액션 장면만 담당했다. 이런 와중에도 각본에는 배경 도시를 움직일 에너지원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남겼으니, 바로 돼지 배설물에서 메탄가스를 생산해낸다는 설정이었다.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이상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켜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메탄가스는 사실 소의 방귀와 트림을 통해 가장 많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땅에서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초식동물인 소를 메탄가스 생성원으로 설정할 수는 없었으며, 대신 잡식성인 돼지를 메탄가스 발전기가 있는 지하 세계에 등장시켰다.

실제로 메탄가스의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인간의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에서 걸러 낸 메탄가스로 움직이는 바이오 버스를 운행 중이며,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에서 메탄가스를 분리한 뒤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발전소가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매드 맥스 3>의 에너지 관련 설정이 100% 실현 불가능한 허구는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