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관련 흥미로운 인문학 이야기 호박에서 발견해
경복궁을 밝히기까지

공기, 물, 불처럼 어느 날 우리에게 발견되어, 인류문명을 다시 쓰게 된 ‘힘’이 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기’가 아닐까. BC600년 그리스에서 발견돼 수많은 발명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경복궁을 밝히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기는 어떻게 우리의 삶에 존재하기 시작한 걸까.

글. 김영은


호박에서 발견한 최초의 전기 공기, 물, 불과 같은 것들은 ‘발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화, 컴퓨터, 전구 등은 ‘발명’해낸 것이다. ‘전기’는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발견되었기도 하고, 발명하기도 했다.
전기 발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그리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문헌에 따른 전기의 첫 번째 발견은 ‘호박(Amber)’에서 시작되었다. 호박은 나무에서 흘러나온 진 등이 땅속에 파묻혀 수소, 산소, 탄소 따위와 결합하여 돌처럼 굳어진 것을 일컫는데, 그리스인들은 윤이 나고 투명한 이 물체를 보석으로 생각했다. 그리스인들은 호박을 귀히 여겨 발굴한 후 천으로 닦아냈는데, 닦아낼수록 먼지가 더욱 달라붙는 현상을 발견했다. 때는 BC600년경. 당시 철학자였던 탈레스는 호박에 먼지와 고양이 털이 붙어 ‘마찰’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고 정전기(Static Electricity)를 발견해냈다. 이때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하는 ‘일렉트론(Electron)’에서 현재의 전기를 일컫는 ‘일렉트리시티, Electricity’의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호박이란 단어에 ‘력(力이)’의 의미가 붙어 호박력 즉, ‘Electricity’라는 단어로 발전하게 되었다.


호박에서의 발견, 지구라는 거대함에 도달하다 ‘호박에서 발견한 정전기’는 당시 흥미로운 주제에 그쳤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일렉트론, Electron’이 우리가 아는 ‘Electricity’이 되기까지는, 16세기 영국의 물리학자인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가 큰 몫을 했다. 그는 과학의 태두로 알려진 갈릴레이보다 한 발 더 빠른 최초의 과학자로 꼽히며, ‘자기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길버트는 호박에서 발견한 정전기에 대해 연구를 이어왔는데, 이러한 관심으로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고, 전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기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났다. 이후 길버트는 ‘전기’와 ‘자기력’의 차이를 밝혀냈고,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연구가 이어졌다. 갈릴레이가 길버트에게 큰 영향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으며, 17세기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 19세기 에디슨의 등장을 통해 전기의 발 견과 발명은 인류문명에 큰 획을 긋게 된다.

고종과 에디슨의 역사적 만남 1883년 조선은 최초 대미 사절단인 보빙사(報聘使)를 파견했다. 보빙사는 당시 미국 대통령인 체스터 아서를 만나기도 하고, 에디슨의 회사에 방문하기도 했다.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신세계를 경험한 젊은 조선인이 만난 미국은 당시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직후였다. 일행 중 고종의 처조카인 민영익은 귀국 소감으로 “나는 암흑세계에서 태어나 광명세계로 들어갔다가 이제 또 암흑세계로 돌아왔다”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고종은 그들을 통해 전구에 대해 알게 되고, 경복궁 내에도 전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설비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전등기사 매케이(McKay)를 초빙해 이듬해 1월 화력발전식 전기등소를 경복궁 안에 완공했다. 최초의 전등소 터는 일본과 중국보다도 2년 정도 빠른 것이었으며, 고종은 이를 알리기 위해 '한국의 전기 발상지'라고 새긴 표지석을 경복궁 건청궁 앞에 세워두었다.
<매천야록>(조선 말기 황현이 1864년(고종 1)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비사)에 의하면 전등을 설치한 후, 고종은 새벽까지도 불을 밝혔다고 한다. 한밤중의 전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마음이 아닐는지 감히 상상해본다.
지금으로부터 128년 전 이야기다. 최초의 전등소 터는 지난 2015년 경복궁 복원 발굴로 찾아냈다. 해당 발굴은 전등소의 위치가 기존에 밝혀졌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한민국 전기사를 다시 쓴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전기의 새로운 발견, 수소사회 현대문명의 시작인 전기는 매일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이 사용되며 석탄, 천연가스, 석유, 우라늄 등과 같은 자원들을 이용해 만들어낸다. 하지만 ‘전기 없이는 못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수많은 자원을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이제는 범 지구적 문제가 되었다. 특히 몇십 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는 사용할 때마다 온실효과,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는 매일 몸소 범 지구적 문제에 살을 맞대고 있다. 전기 없이는 살 수 없기에 결국 우리는 친환경 자원인 수 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해내려 하고 있다. 수소는 현재까지의 자원과 는 다르게 산소와 만나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는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궁극의 청정에너지라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수소사회로의 진입과 수소경제 활성화에 굉장히 힘쓰고 있다. 호박에 붙은 고양이털이 수소사회를 이끌어 내기까지, 문명의 새로운 시작에 늘 전기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었다.